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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법치주의를 위장해 개인을 억압하고 있다” 인디게임 개발자 Somi

한국 정치 비판 담은 인디게임 ‘레플리카’로 화제된 1인 개발자

반세이(세이야) 2016-11-29 12:08:59
세이야 (반세이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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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법치주의를 위장해 개인을 억압하고 있다” 인디게임 개발자 Somi

한국 정치 비판 담은 인디게임 ‘레플리카’로 화제된 1인 개발자

지난 18일, 지스타 열기로 뜨거웠던 부산에서 인디게임 개발자 Somi를 만났다. 

 

첫 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았던 발상의 퍼즐게임 <레츠놈>과 스마트폰 UI를 차용해 정치, 사회적 이슈를 묵직하게 풀어낸 <레플리카>까지. 개인적으로 꼭 인터뷰하고 싶었지만 내내 연이 닿지 않다가 이번 지스타 때 약간의 시간이 주어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만들어 낸 게임들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개발자, Somi를 만나보자. 

 

 

  


Somi 

<레츠놈>, <레플리카>를 만든 인디게임 개발자.

 

<레츠놈>은 거울을 이용한 지형 반전이 묘미인 퍼즐 플랫포머 게임으로, 발상의 전환과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해외 유수의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레플리카>는 국가안보부에 납치 감금된 소년이 테러 용의자의 휴대 전화를 수색하도록 강요받는 스토리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정치, 역사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레플리카> 역시 해외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으며, 최근 모바일로도 출시해 한국에서도 주목받았다.  


 

 

TIG) 화제의 개발자다.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소개 부탁한다. 

 

부산에서 혼자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이다. 본업은 따로 있고 남는 시간에 게임을 만든다. 퇴근해서 아이를 재운 뒤 11시나 12시부터 3시간 정도 작업하는데, 아내는 내가 재능이 있다며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최대한 굴려야(?) 한단다. (웃음) 빨리 다음 게임을 만들라고 성화다. ​ 

 

2010년, 처음 iOS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오브젝티브C를 배워서 ‘타로홀릭’이라는 앱을 만들었는데 한국에서 유료 앱 3위까지 갔었다. 2013년엔 ‘느리게 가는 편지’라고 편지를 쓰면 1년 뒤에 도착하는 앱을 만들었는데 1년 뒤에 SK텔레콤이 ‘100년의 편지’라는 서비스를 발표하더라. 베낀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해 SK텔레콤에 항의했는데, 찾아와서 사과 비슷하게(?) 하고 갔다. 그 때 기분 나빠서 앱을 다 내려버린 일이 있었다. 

 

 

 SK텔레콤이 2014년 발표한 ‘100년의 편지’. 당시 감성적인 광고로 화제가 됐었다.

 

 

옛날부터 뭔가 만들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특히 스토리텔링 하는 게 좋았다. 그래서 대학 땐 소설가가 되고 싶었고, 만화가도 되고 싶었다. 2013년인가 14년부터 게임이 이야기를 풀어내기 적합한 장르라고 생각했고, 2014년부터 유니티를 배우기 시작했다.  

 

게임업계에서는 2014년부터 활동했다. 2014년에 유니티를 배우면서 습작처럼 만든 게임<래빗홀 3D>가 있고, 그 뒤로 1년에 하나씩 <레츠놈>(2015), <레플리카>(2016) 이렇게 두 개 만들었다. 내년에도 하나 만들 생각이다. ​ 

 

 

TIG) 개발은 그렇다 치고, 그래픽도 혼자 다 작업하나?

 

게임에 들어간 것은 음악 빼고 다 직접 만들었다. 무료든 유료든 에셋을 구입해 게임에 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 인디게임들 중 유니티에서 에셋을 구매해 넣은 게임이 흥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00% 창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프로그래밍도 그렇고 아트도 경험은 없지만 만들고 싶은 게 생기면 직접 툴을 익혀서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다. 전부터 <페르시아의 왕자>를 좋아해 픽셀 아트로 된 게임을 꼭 만들고 싶었는데 픽셀 아트로 도트 찍는 법을 배워서 만든 게임이 <레츠놈>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을 위해 백신이 있는 연구실로 가는 아버지 이야기를 그린 <레츠놈>. 지형과 캐릭터 아트 모두 Somi가 픽셀 아트로 직접 제작했다. 

  

 

TIG) 최근작인 <레플리카>는 상당히 독특한 게임이다.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담긴 메시지도 말이다.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 한 것은 아니다. 나는 뭔가 만들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만들지, 특별히 창작을 통해 메시지를 주려고 하진 않는다. <레플리카>는 그냥 스마트폰 UI로 된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만든 게임이다. 모토로 삼은 건 “게임하는 것 같지 않은 게임, 일상적인 행위를 게임으로 만들어 보자”였다. 

 

플랫폼은 처음부터 모바일을 생각했다. UI도, 게임의 성격도 모바일이 딱이니까. 단, 경험과 인지도를 좀 쌓은 뒤 모바일로 출시하기로 했다. <레츠놈>을 스팀에 출시했었으니 스팀이 좀 더 쉽기도 했고, ​모바일은 시장이 크고 마케팅 전쟁이니만큼 인지도 없이 어렵다고 생각했지. 

 

[관련기사: (카드뉴스) 나는 오늘도 그의 휴대폰을 해킹했다, 레플리카]

 

스토리 모티프는 소설 <재능있는 리플리>에서 받았다. 주인공 리플리가 부호의 아들인 디키를 죽이고 디키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도 보내고 통화도 하는 그런 스토린데, 프로토타입을 보여주러 부산의 개발자 모임에 다녀온 뒤 생각이 바뀌었다. 게임을 보자마자 “BM 설계는 어떻게 할 거냐”, “타겟 연령은 어떻게 되냐”, ”레벨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는 얘길 처음 하더라. ​물론 사업성 중요한데, 첫 만남부터 단순히 상품으로 바라보는듯한 시선이 달갑지 않았다.  

 

“그  때, 어떤 반항심 같은 게 생겼다.

사람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얘길 하고 싶다는.”

 

 

소설 <재능있는 리플리>를 원작으로 한 영화 <리플리> 부호의 아들 디키와 피아노 조율사 리플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레플리카>의 주인공 이름 역시 리플리. 리플리가 뒤지는 휴대 전화 주인의 이름은 디키.

 

 

TIG) 그렇다면 바뀐 <레플리카>의 스토리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나?

 

최근에서야 국가적으로 전체주의나 파시즘이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나 위정자들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너도 나도 강하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레플리카>(2016년 7월 출시)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나 스토어 리뷰 등에서 ‘국정원’이나 ‘박근혜’ 같은 말을 언급하는 것을 꺼려하더라. ‘읍읍’ 뭐 이런거나 ‘마티즈’ 같은 말들, “판사님, 이 게임은 우리 집 고양이가 플레이 했습니다.” 이런 식이었지.

 

사람들에게 어떤 ‘두려움’이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는 법치주의를 위장해 개인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다들 인지는 하고 있지만 마치 ‘볼드모트’처럼 그 부분을 두려워하고 말하길 꺼려한다. 게임이라는 장르의 힘을 빌리면 쉽게 다가가고, 많은 얘길 들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저들이 꼭 봐 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게임에 나오는 문자 메시지에 ‘보도연맹’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게임에는 여러 가지 사회적인 현안이나 역사적 이슈가 담겨 있지만, 특히 보도연맹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한 번쯤 ‘이게 뭐였을까?’ 하고 검색해 봐 줬으면 한다. 그럼 정말 보람될 것 같다.  

 

 

<레플리카>플레이 중 언급되는 ‘보도연맹’ 사건

 

 

보도연맹 사건 (위키피디아)

1950년 한국전쟁 중에 대한민국 국군·헌병·반공 극우단체 등이 국민보도연맹원이나 양심수 등을 포함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4934명과, 10만 명에서 최대 12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추정되는 대학살 사건.

오랜 기간 동안 대한민국 정부가 철저히 은폐했고 금기시해 보도연맹이라는 존재가 잊혀져 왔지만, 1990년대 말에 전국 각지에서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 피해자들의 시체가 발굴되면서 보도연맹 사건이 실제 있었던 사건임이 확인됐다.  

  

 

TIG) 사업성에 큰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레플리카>는 상도 많이 받았고 해외 매체에서도 많이 다뤄졌는데, 유저들은 얼마나 반응했는지 궁금하다.

 

중국에서 응원이 많았다. 게임에 담긴 메시지와 자국의 상황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재밌는 건 중국, 터키, 한국에서 가장 매출이 높았다는 거다. 다들 정치 상황이 흡사해서 그런 것 같고, 그런 분위기를 타고 덕을(?) 본 것 같기도 하다. 서구권 유저들은 게임 내용에 대해 너무 ’카투닉하다(cartoonic)‘고 말하는데, 그런 댓글을 보면 그들이 부럽다. 

 

“서구권 유저들한텐 게임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거지.”

 

사실 나는 <레플리카>의 상황이나 대사가 현실을 기반으로 만들어 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100% 일치하진 않지만 대부분 기사화 됐거나 실제로 일어났던 일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게임에서 “국가안보부는 개인을 사찰할 수 있는 테러 프로그램을 구입해 테러 혐의가 있는 사람이나 집단들을 사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테러방지법’ 발의 당시 포털 사이트의 뉴스 댓글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다. 

 

스팀에서는 5만 장 정도 팔렸다. 국내에는 스팀에 게임을 출시하는 개발자가 아주 많진 않아서 아마 손에 꼽을 정도일 거라 생각한다. 모바일도 얼마 전에 론칭했는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웃음) 모바일은 마케팅을 크게 하지 않는 이상 피처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피처드가 되지 않았다. 

 

 

지난 20일, <레플리카>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기 유료 앱 3위,
애플 앱스토어 유료 앱 1위를 차지했다. (인터뷰는 18일에 진행됐다.)

 

 

TIG) 아까 개발자 커뮤니티 얘기 했는데, 인디 개발자 커뮤니티 분위기는 어떤가?

 

서울 모임을 나가 봤는데, 정말 잘 돼 있다. 개인 창작물을 꺼내 보이고, 상호 피드백을 주고 받고, 매번 새로운 게임을 가지고 오는 등 커뮤니티의 의도에 따라 잘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

 

부산에서는 그런 그룹을 찾기가 어렵다. 그나마 있는게 인디라다. 게임을 만드는 분들끼리 소규모 그룹을 운영하는데, 게임을 창작하고 시연까지 하는 사례는 드물고, 그 몇 없는 게임들 중에서도 사업성이 많이 얘기되니까 사실 창작이라는 관점에선 크게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TIG) 앞으로도 <레플리카>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게임을 만들 생각인가?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게 될 지는 나도 모른다. 생각나면 그걸 만들거다. 리듬게임을 만들 수도 있고. 아직 상상이 안 된다. 하지만 어떤 특정한 메시지를 담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슈퍼 헥사곤>같은 게임 좋아한다. 첫 번째 게임 <래빗홀 3D> 만들 때도 그런 게임을 만들려고 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칩튠을 이용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 그게 어울리는 장르가 리듬게임 같다. 노트가 있고 노트에 맞춰 터치하는 류는 절대 아닐거고, 아직 출시는 안 됐는데 Pax(Penny Arcade Expo) 갔을 때 봤던 <Just Shape and Beat>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 가급적이면 노래도 직접 만들어 보려고 노력 중이다. 

 

 

차기작으로 염두해 둔 스타일은 Pax에서 눈여겨 본 리듬게임 <Just Shape and Beat>​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으면 한다는 거다. 물론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창작을 목적으로, 또는 취미로, 그냥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어서 게임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다양성의 원천이다. 지금 게임 시장 상황이 안 좋은 이유도 다양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게임에 대한 규제가 철폐돼야 한다. 현 제도에서 좋은 말로는 ‘등급분류’라 하지만 모든 게임이 ‘심의’를 거쳐 나와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많은 창작자들을 포기하게 만드는 이유다. 심지어 예전엔 ‘사업자 등록’이 돼 있어야 게임을 출시할 수 있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자율 심의와 유사하게 진행된다지만 어쨌거나 검열을 하겠다는 의도는 같다. 모든 창작물에 대해 ‘심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라져야 한다.  

 

[관련기사: (카드뉴스) 외국에선 상을 받고 한국에선 욕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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