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당신의 이름을 ‘차이나닷컴’​(//sou.china.com)에 가서 쳐보세요.”

명의도용된 <리니지> 계정이 6만개로 늘어나고, 정통부가 10만개 웹사이트를 일제 점검한다고 밝히는 등 주민등록번호 유출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게이머들은 유출된 한국인 주민번호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어디서 이런 정보를 구하는 것이며, 또 해석하기 어려운 한국 게임사이트에 어떻게 가입하고 게임 플레이까지 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 게임업체에 근무하는 C씨의 말에 따르면 한국인 주민번호를 구하기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흔한 이름인 ‘김지훈’​으로 차이나닷컴에서 검색해본 결과 수십건의 주민번호를 찾을 수 있었다. 차이나닷컴 초기화면의 중간 부분에 있는 검색창에 당신의 이름을 쳐넣어보라.

이렇게 얻어낸 주민번호는 대부분 온라인게임 아이템 거래를 위해 쓰인다고 한다. 국내 온라인게임의 대부분은 이름과 주민번호만 가지면 다른 정보를 허위로 기재하더라도 가입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각 게임웹진들은 맨 아래 이미지처럼 한국 온라인게임 사이트에 접속하고 가입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인터넷만 있으면 언제든 유출된 주민번호를 구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한국 온라인게임에 가입할 수 있는 셈.

중국 게이머들은 이렇게 한국 온라인게임에 가입한 뒤, 가장 시세가 비싼 아이템을 목표로 게임을 플레이한다. 이미 대부분의 한국 온라인게임은 중국에서도 서비스되고 있기 때문에 인터페이스나 게임플레이 방법 등은 숙지된 상태. 레벨업을 포기하고 가장 비싼 아이템만 목표로 삼을 경우 단 일주일만에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이들이 익숙한 자국 게임을 등지고 굳이 명의도용까지 하면서 한국 온라인게임에 접속하는 것은 그만큼 큰 보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에서도 아이템 현금거래가 가능하지만, 한국 거래사이트의 거래량이 많고 시세도 훨씬 높다. 실제로 한국 거래사이트에서는 똑같은 아이템이라도 중국의 최소 5배는 비싸게 팔 수 있다고 한다.

C씨는 “약 1주일만 집중 플레이하면 회사원 1달 월급에 달하는 돈을 얻을 수 있다. 대규모 작업장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게이머들도 용돈 벌이 삼아 한국 서버에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C씨는 “중국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부에서 작업장 일제단속을 펼친다는 소문이 돈다”며 “대규모 작업장과 한국인 주민번호를 게재해온 사이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해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 게임웹진에 게재된 한국인 주민번호 명단. 현지 키보드로는 한글을 입력할 수 없으므로 코드 형식으로 표시되어 있다. 

한 게임웹진에서 게재한 ‘한국 온라인게임 가입방법’​. 접속부터 허위정보를 입력하는 과정까지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