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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법] 표절 논란 칼리오페 for Kakao와 관련한 세 가지 의문

땡땡땡 2016-02-08 14: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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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법] 표절 논란 칼리오페 for Kakao와 관련한 세 가지 의문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TIG 독자 여러분. 설날 연휴 잘 보내고 계신지요. 이제 정말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는데요, 2월 달력을 보면서 2016년도 해 놓은 것도 없이 벌써 한 달이 지나 버렸다고 아쉬워하던 분은 음력 설을 맞아 새로운 마음을 다지고, 지금까지 잘 해오셨던 분들은 잠시 휴식을 갖는 시간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 주에는 만랩(10000-Lab)사의 <칼리오페 for Kakao>가 어스투(USTWO)의 <모뉴먼트 밸리>를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긴 모바일게임에서 표절 논란이야 그리 드문 일은 아닙니다. 이번 사태 또한 여러 매체를 통해 관련 기사를 볼 수 있었는데요, 여러 게임 매체의 기사와 개발사의 페이스북,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의 게임 소개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관계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만랩이 <칼리오페 for Kakao>를 출시

 

▶ 출시 이후 이용자들로부터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 표시된 스크린샷이 <모뉴먼트 밸리>와 유사하다는 논란이 발생

 

▶ 게임 관련 매체와 이용자들이 표절의혹을 제기

 

▶ 이용자들이 이런 게임이 출시되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하며 개발사의 SNS에 항의

 

▶ 개발사는 이용자들의 항의에 대해, 스틸 컷 한 장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디자인의 느낌이 비슷한 면이 있을 수 있다, 2014년 이후 트렌드 색상인 파스텔 톤과 직선 라인을 많이 써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해 보면 <모뉴먼트 밸리>와 다르다고 느낄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남김

 

▶ 이용자들이 개발사의 답변에 납득하지 못하고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최저 평점을 남기는 리뷰를 쓰는 방식으로 항의 입장을 표시함

 

▶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표절 의혹이 있는 게임을 제공한 것에 대해, 카카오는 카카오 입점 심사에서 해당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개발사 측에서 저작권 증빙 자료를 제출해 통과되었다고 답변함

 

▶ 이후 한 매체에서 <모뉴먼트 밸리>의 개발사인 어스투에 해당 사건에 대한 입장 설명을 요청 

 

▶ 어스투는 게임 매체에게 답변하기를,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처음이 아니고 <모뉴먼트 밸리>에 대한 칭찬으로 생각하며, <칼리오페>가 성공을 위해 <모뉴먼트 밸리>의 게임 요소를 차용한 것을 시기하지 않으며 게임 플레이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변

 

▶ <칼리오페 for Kakao>의 게임 다운로드 페이지에, 오마주를 허용해 준 어스투에게 감사한다는 취지의 개발사 설명이 추가 게시됨

 

 

이후 사태는 일단락되는 느낌입니다만, 위 사안을 전개와 흐름을 살펴볼 때 의문스러운 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가 됩니다.

 

첫째, 과연 <칼리오페 for Kakao>는 어스투의 <모뉴먼트 밸리>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은 게임인가?

둘째, 카카오가 개발사로부터 받았다는 저작권 증빙 자료란 무엇을 말하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스투가 오마주를 허락했다는 개발사의 답변은 무엇에 근거를 두고 있는가?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왼쪽부터 <모뉴먼트 밸리>와 <칼리오페 for Kakao> 게임화면

 

■ <칼리오페 for Kakao>는 <모뉴먼트 밸리>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은 게임인가?

 

이미 여러 차례 ‘게임과 법’ 칼럼을 통해 밝혀 왔지만, 저작권법은 ‘표현’은 보호하지만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저작권법 제2조 제1호의 ‘저작물’에 대한 정의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이고, 판례를 통해서도 수 차례 확인되어 왔습니다(아이디어 – 표현 이분법). [관련 기사] 저작권법은 '표현'은 보호하지만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간 우리나라에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제기되었던 여러 게임 관련 소송 사례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원작 게임과 저작권 침해 의혹을 받는 게임 사이에 조작방법, 게임의 규칙, 맵의 배치 등이 일견 유사해 보인다고 해도 그것이 구체적인 표현의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최근의 <포레스트 매니아> 제1심 판결 또한 여전히 같은 취지의 논리를 유지했지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의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하여 서비스 중단과 손해배상을 인정했던 것이었고요. [관련 기사]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킹닷컴 vs 아보카도엔터 제1심 판결 해설

 

굳이 따지자면 미국에서의 <테트리스>와 <미노> 판례 정도가 원작 게임과 유사 게임 사이에서 구체적인 표현의 유사성까지 인정됐던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왼쪽부터 <테트리스>와 <미노> 게임화면
 

이런 점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는 과연 저작권이 게임에서의 표절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 저작권은 표현과 아이디어 이분법이라는 형식논리로 윤리적으로 비난 받아야 마땅할 표절 행위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였죠.

 

이번 <칼리오페 for Kakao> 사태 경우에도 초반에 개발사로부터 ‘실제로 해 보면 <모뉴먼트 밸리>와 다르다고 느낄 것’이라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게임의 론칭 플랫폼인 카카오측으로부터도 개발사 측에서 저작권 증빙 자료를 제출해 통과시켰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이런 흐름을 보면,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마치 해당 게임이 그간의 여러 표절 사례에서와 같이 여러 면에서 유사하기는 한 듯 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사안이 아닌가 싶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됩니다.

 

저 또한 명확한 판단을 위해 이 사태가 불거진 직후 <칼리오페 for Kakao>를 설치하여 실행해 보았고, 게임의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을 때까지 게임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게임을 해 보니 개발사의 답변과 마찬가지로 게임의 내용과 규칙만 놓고 본다면 <칼리오페 for Kakao>는 분명 <모뉴먼트 밸리>와는 완전히 다른 구성의 게임임을 알 수가 있긴 했습니다.

 

오히려 개별 게임 스테이지의 구성은 <캔디크러시사가>와 비슷한 ‘3줄 없애기류’(3-in-a-row) 게임이고, 이것은 모바일게임 장르에서는 흔하디 흔한 구성 중 하나입니다. 비록 5개 또는 4개의 블록을 한 번에 없애거나 3개의 블록 2 묶음을 서로 교차하도록 없애는 경우 특수 블록이 발생하고, 특수 블록을 통해 다른 블록 여러 개를 한 번에 없앨 수 있다는 점 까지도 <캔디크러시사가>와 유사하긴 했지만 말이죠. 

 

 <칼리오페 for Kakao> 게임 진행 화면

 

이 정도 되면 처음에 분노하는 마음을 가지고 게임을 다운 받아서 실행해본 이용자라고 해도, ‘어? 실제 게임은 다르네, 개발사 말이 맞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개발사의 말이 맞든 틀리든, <칼리오페 for Kakao>의 문제는 바로 표절 의혹을 받은 바로 그 장면, <모뉴먼트 밸리>의 개별 스테이지 게임을 나타내는 표현과 <칼리오페 for Kakao>의 월드맵을 나타낸 표현이 매우 유사해 보인다는 점에 있습니다.

 

즉, 개발사는 초기 답변을 하면서 어차피 게임의 규칙부터 다르니 문제가 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습니다만, 정작 이 문제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닌 아이디어 측면에서는 두 게임이 달랐다고 해도)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는 표현 자체가 매우 유사해 보인다는 점에서 오히려 법적인 면에서 저작권 침해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하겠습니다.

 

<모뉴먼트 밸리>는 마치 에셔(M.C.Escher)의 작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기묘한 구조물을 게임의 주 무대로 삼고 초승달 등을 배경에 배치해 전체적으로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나는 개별 스테이지를 구현했습니다. 이것은 <칼리오페 for Kakao>에서 표절 의혹을 받는 부분이 개별 스테이지가 아닌 월드맵(스테이지 간 이동을 위해 나타내는 상위 맵)을 표현한 부분이라고 해서 달리 봐야 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서로 다른 게임입니다. 왼쪽이 <모뉴먼트 밸리> 옆은 <
칼리오페 for Kakao>
.

  

개발사의 논리는 일견 표현이 유사해 보일지는 몰라도 그 표현이 나타난 곳의 기능이 다르니 유사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인데, 오히려 개발사의 답변을 보면 표현이 유사하다는 점은 개발사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게다가 개발사는 원작자가 오마주를 허용해 준 것에 감사한다는 입장을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게임 소개란에 게시했습니다. 이것은 결국 개발사도 <모뉴먼트 밸리>에 의거하여 월드맵을 표현하였음은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죠.

 

법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판단하는 요건은 의거성(주관적 요건)과 실질적 유사성(객관적 요건)입니다. 이상과 같은 사건의 추이를 보면 개발사 측에서도 각각의 요건에 대해 <모뉴먼트 밸리>를 보고 <칼리오페 for Kakao>의 월드맵을 구성했다는 것과, 그 표현이 비슷하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는 의심이 듭니다. 

 

  

더욱이 우리 대법원은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에 있어서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표현을 가지고 살펴야 하지만, ‘의거성’의 판단에 있어서는 그와 달리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표현 등이 유사한지 여부도 함께 참작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다44138 판결 참조). 이런 점에서 보면 <칼리오페 for Kakao>의 월드맵 구성이 <모뉴먼트 밸리>의 개별 스테이지에 의거하였다는 것은 쉽게 입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칼리오페 for Kakao>는 각 장의 시작을 알리는 표현이나 연출 기법, 배경 음악 등도 <모뉴먼트 밸리>와 매우 유사합니다.

 

실제로 분쟁이 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를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 사견으로는, <칼리오페 for Kakao>에서 월드맵을 표현한 부분은 법적으로 보기에 <모뉴먼트 밸리>의 개별 스테이지 중 하나와 그 표현에 있어 유사하다는 판단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개발사는 이런 핵심적인 사항에 대한 입장은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법적 문제인 저작권 침해와는 별개로 윤리적인 문제에도 해당하는 표절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함은 그간의 사태 추이로만 봐도 잘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역시 서로 다른 게임 화면입니다. 
 

 

■ 카카오가 개발사로부터 받았다는 저작권 증빙 자료란 무엇을 말하는가?

 

카카오는 논란 초기 표절 의혹이 있는 게임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서비스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입점 심사과정에서 해당 문제가 제기됐으나 개발사 측에서 저작권 증빙 자료를 제출해 통과시켰다고 답변했습니다.

 

카카오의 답변에 대해, 개발사가 제출했다는 ‘저작권 증빙 자료’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카카오가 표절 의혹이 있음을 알고도 서비스를 할 정도라면 해당 자료는 <칼리오페 for Kakao>가 <모뉴먼트 밸리>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지 않음을 입증하거나 저작권 침해의 개연성이 없다는 것을 충분히 소명하는 자료여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체 카카오측에서 개발사로부터 받았다는 ‘저작권 증빙 자료’는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제가 처음에 변호사의 입장에서 추측해 보기에 ‘저작권 증빙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법무법인이나 변호사가 쓴 의견서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그 의견서에는 아마도 <모뉴먼트 밸리>와 <칼리오페 for Kakao>를 비교해 볼 때 후자의 게임이 전자의 게임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기재되어 있었을 것이고요.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의 문제에서 유사성이 높아 보이는 이 사안에 대해 법무법인이나 변호사 명의의 의견서가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전통적으로 법무법인이나 변호사의 의견서는 의도치 않게 외부에 공개될 것까지를 고려하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사안에서 단정적으로 저작권 침해의 우려가 없다는 의견서가 나오기는 힘듭니다. 

 

  

TIG에서 확인해본 바로는, 카카오는 ‘저작권위원회가 발행한 서류’를 ‘저작권 증빙 자료’로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TIG에서 다시 저작권위원회에 확인해본 바로는 저작권위원회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저작물이 다른 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음을 확인해주는 문서를 발행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저작권위원회가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작권법 제119조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저작권 침해 등에 관한 감정을 요청받은 경우 감정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고 저작권법 제113조에 의하면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분쟁의 조정 알선을 그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 경우들은 일단 분쟁이 저작권위원회에 접수가 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 사건은 이용자들과 게임전문 매체에 의해 의혹이 제기되었을 뿐 원작자인 어스투로부터 만랩을 상대로 한 법적 분쟁이 개시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개발사가 무슨 서류를 제출했길래 카카오는 <칼리오페 for Kakao>가 표절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자체 심의를 통과시켰던 것일까요? 

 

  

지금 상황에서 추측하기에는, 개발사가 카카오에 ‘저작권등록증’을 제출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만, 현재까지의 경과와 카카오 및 저작권위원회의 답변을 종합해 볼 때 저작권위원회가 발행한 저작권등록증이 마치 정부기관이 저작물의 적법성을 보증하여 발행한 서류인 것처럼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게 아니면 개발사나 카카오 모두 해당 서류가 저작물의 적법성을 보증하는 것이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긴 합니다.

 

저작권등록증은 저작권법 제53조에 근거하여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등록한 경우,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행하는 것입니다. 다만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물의 등록에 있어 등록을 신청한 저작물이 다른 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살피지는 않습니다. 특허나 상표와는 달리 '등록'저작권의 성립요건도 아니어서 실제로 등록을 하는 것도 저작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실제로 저작권등록정보 검색 사이트[바로가기]에서 ‘제호(명칭)’란에 ‘칼리오페’를 입력해 보면 ‘주식회사 만랩’ 명의의 ‘게임 칼리오페 디자인’, ‘캐릭터’, ‘타이틀 디자인’이 등록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이고 카카오에서 받았다고 하는 저작권위원회가 발행한 서류가 무엇인지 현재로서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법적 분쟁이 개시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과연 무엇이 ‘저작권 증빙 자료’가 되었던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등록된 저작권의 종류는 '미술저작물'입니다.

 

 

■ 어스투가 오마주를 허락했다?

 

오마주의 허락에 대한 이야기는 법적인 사안보다는 어스투 답변의 해석에 대한 문제이고, 표절에 대한 윤리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2014년 GDC China에서 어스투의 <모뉴먼트 밸리> 수석 디자이너인 켄 웡(Ken Wong)의 키노트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기억에 <모뉴먼트 밸리>가 현실에서 불가능한 기하학적 구조를 어떻게 게임에 녹여내었는지를 엿볼 수 있었던 것도 재미있었지만, 놀랐던 것은 게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어스투의 철학이었습니다.

 

저는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라는 그의 말을 분명히 기억합니다. 수 많은 모바일게임 개발사들로부터 비웃음을 살 법한 말이었음에도 <모뉴먼트 밸리>의 성공이 보여준 바는 그 말을 수긍하게 만들 법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어스투는 게임 개발이 가져다 주는 수익성에 목매고 있는 회사가 아니고,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그 때 어스투에 대해 이익 창출을 위한 회사라기보다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가진 장인 집단과 같다고 느꼈습니다. 다국적의 멤버들이 모여 있지만, 다소 동양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이 사건 논란 이후 한 게임 매체가 어스투에 보낸 질의에 대한 그들의 답변이 걸작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의 답변은 사실 너무나 많은 표절작으로 인해 일일이 법적인 대응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로 읽히며, 자신들에 대한 칭찬(compliment)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곧 오마주(homage)를 허락했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어스투의 답변은 정중한 우려의 표시에 가깝다고 보입니다. 칭찬(compliment)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자신들의 작품이 그만큼 다른 아마추어 개발자들이 표절을 거듭할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라는 의미를 그들 나름의 철학을 담아 겸손하게 표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답변의 핵심은 오히려 <모뉴먼트 밸리> 원작의 팬들이 이 게임이 후속작으로 생각할까봐 걱정된다는 것이라고 말한 부분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아울러 <칼리오페>에 대해 시기하지 않는다는 부분도 <칼리오페>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밝힌 것일 뿐, 오마주 허락의 의미로 읽히지는 않습니다. 

 

<모뉴먼트 밸리> 제작 비하인드 중
  

원래 ‘오마주’는 음악이나 영화, 소설 등에서 대가나 스승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그 원작자의 예술세계에서 드러나는 확연한 특징이나 주법, 기법을 차용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그 자체가 어떤 법적인 개념은 아닙니다).

 

당연히 작품이 발표될 당시에 누구에게 바치는 오마주인지가 명시되는 것이고, 원작자가 원하든 아니든 그로부터 허락을 받을 필요나 이유는 없습니다. 한 예술 분야에서 오마주를 받을 수 있다는 그 자체로 영예로운 것이니깐요.

 

사실 당사자가 아니니 이 사건의 게임 개발사가 어스투로부터 명시적으로 직접 오마주를 해도 좋다는 어떤 허락을 받았는지 여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게임을 발표할 당시에는 오마주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가, 표절 의혹이 불거진 이후 사후적으로 매체에 의해 ‘자신들에 대한 칭찬이라 생각하며 시기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고 나서야 ‘오마주를 허락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는 설명이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의 게임소개 페이지에 추가된 것.

 

이것이 원작자에 대한 경의와 존경을 표하는 진정한 의미의 ‘오마주’일까요?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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