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페르' 서버의 '예지'와 '온유' 유저를 만났다. 치유사와 전사 클래스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모습을 보일 때부터 웨딩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것이 어딘가 수상쩍었다. 설마 커플인 것일까? 어찌 됐든 그들에게서 치유사와 전사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겸사겸사 실제 커플인지 게임 상의 캐릭터만 커플인지도 물어봤다.
▲ 멀리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커플!?
■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해요~
온유: 전 28살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에요~
예지: 저는 31살이고, '온유'의 여자친구입니다. ^-^
■ 실제 커플이란 말인가요? 대단하네요. 왠지 데이트는 거의 PC방에서만 할 것 같은데요?
온유: 아니에요! 집에 컴퓨터가 두 대라 집에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PC방에도 가고 그랬는데, 여자친구(예지)가 담배 냄새를 많이 싫어해서 가지 않죠.
■ 좋은 남자친구시네요... 먼저 길드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홀리' 길드는 어떤 길드인가요?
온유: 저희 길드는 소수 인원으로 가족처럼 지내기 위해 만든 길드입니다. 게임이 오픈한 날에 창설했고, 지금은 길드원이 많이 늘어서 대가족이 됐습니다(웃음).
북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서도 재밌게 즐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규모로 길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한데, 지금 보니 다른 유저들은 무지 하드코어한 거대길드로 알고 있더군요. 그래서 신입 길드원을 받기가 어려웠죠...
▲ 최초의 아스트럴 함선을 가진 '홀리' 길드
■ 그럼 이제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가겠습니다. 직업별(전사, 치유사) 1위 유저인데 기분은 어떤가요?
예지: 1등이라서 뿌듯하기도 했지만, 게임 플레이 시간이 엄청난 '폐인' 취급도 받아서 싫었어요. 가끔 무섭다는 소리도 듣는데, 덕분에 부담감도 없지 않아 있네요.
'시간 방랑자'라는 반복 퀘스트를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알게 돼서 육성이 빨랐을 뿐이에요.
온유: 페르 서버는 '시간 방랑자' 퀘스트를 수행하는 '키라흐' 지역에서 연맹이 우세했습니다. 제국을 견제하는 연맹 유저 분들도 많아서, 육성하기에도 편했죠. 다만 다른 지역에서는 제국 유저 분들이 똘똘 뭉치셔서 힘들었죠.
■ 그러고 보니 '예지'님이 '재영'님 대신 랭킹 1위가 됐더군요. '재영'님도 수치상으로는 46레벨에 99.99%인데, 설마 이를 앞지른 건가요?
예지: 그럴 리가 없죠(웃음). 저도 이상해서 1:1 문의를 해본 결과, 확인해본다고만 답변이 오더군요. 오류인 것 같아요.
▲ 무슨 기준으로 랭킹이 책정되는 지는 알 길이 없다...
■ 자기 직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예지: 힐러가 타게임과는 다르게 PvP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서 재밌어요. 북미 서버에서는 29레벨에서 육성을 멈추고 아시테프에서 살 정도로 재밌게 즐겼더랬죠(웃음). 스탯에 따라서 회복량이 들쭉날쭉이라서 힐하는 재미는 부족하더군요.
온유: 제가 생각하는 전사는 "멀티플레이어"입니다. 레벨이 높은 덕도 있겠지만, 던전에서는 탱커, 딜러 역할을 병행할 수 있죠. 루비 트리와 스킬 트리에 따라서 딜트리도 다양해서 좋습니다.
■ 그럼 해당 직업의 단점은 뭘까요?
예지: 힐 트리를 타면 PvP에서는 아무것도 못합니다. 또한, 밀리 힐러는 스탯 맞추기가 너무 까다롭네요.
온유: 어중간하죠. 성기사보다 못한 방어력, 마법사보다 못한 화력.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서 파티에서의 역할이 결정되기 때문에, 장점이자 단점이 되는 것 같아요.
PvP 시에는 전투 중 무기 스위칭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양손 무기를 들고 사냥하다가 마법사의 공격을 받으면 암담해집니다. 마법사의 '환영'을 상대하려면 쌍수 무기를 꼭 써야만 하는데, 양손 무기를 들고 있는 상태에선 환영만 상대하다가 끝나버려요...
■ 북미에서는 밀리 힐러가 하향됐다고 합니다. 이는 어찌 생각하시나요?
예지: 크게 '정화'와 '신성한 방패'가 하향됐습니다. 솔직히 "이젠 좋은 날은 다 갔구나."란 생각을 하긴 했죠.
어떤 분들은 '정화'가 타게임의 '디버프 해제 스킬'처럼 모든 디버프가 해제되는 것이 아니라서 별로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큰 너프가 아니라고 생각할 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보스전이나 PvP에서는 필수라고 생각해서 정화를 3단계까지 투자했어요. 하나라도 해제되는 것이 어딘가요?
'신성한 방패'의 하향은 좀 심각해요. PvP시 전술의 변화가 커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성기사나 전사 같은 밀리 클래스는 상대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아요.
■ 전사가 PvP에서 약세라는 말이 있던데, 이는 어찌 생각하나요?
온유: 공식 홈페이지의 전사 게시판을 보면 암울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름 연구하고 플레이한다면 결코 약세가 아닙니다! 얼마나 연구했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모든 클래스와 해볼 만하다고 봅니다.
다만, 전사 역시 하향된다는 소식을 듣고 좀 암담해졌죠. 주력 스킬인 톱날 기술이 하향됐다고 하네요. 지금 톱날 공격을 받으면, 가만히 있을 때와 대상이 움직일 때의 대미지 차이가 큽니다. 대상이 움직이면 2배 정도의 대미지가 들어가는데, 그것을 감소시켰다니...
양손무기 톱날 트리는 톱날 스킬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말이죠.
■ PvP에서 제일 상대하기 까다로운 직업은 무엇인가요?
예지: 단순히 "이 클래스를 만나면 쉽다."는 없죠(웃음). 다만, 엘프 종족스킬(상대의 마나를 태운다.) 때문에 캐스터 클래스를 상대하기에는 편한 편입니다. 그래도 상대하기가 가장 어려운 클래스를 꼽자면 '수호자'네요. 펫이 무서워요 ㅠㅠ
온유: '마법사'를 상대할 때가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마법사의 '환영'과 '돌 장벽', 이렇게 두 개의 스킬 때문에 전투력을 채우기가 어렵거든요. 전투력이 없는 전사는 주력 스킬의 90%는 못 쓰는 것인지라 상대하기 힘들죠.
'밀리 치유사'와의 싸움도 상당히 까다로운 편입니다. 이속 저하와 실명, 그리고 무적기가 있어서 한번에 몰아치지 못한다면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더군요.
■ 스킬트리를 공개해줄 수 있나요?
예지: 물론이죠. 지금 사용하고 있는 밀리/힐러용 트리를 모두 보여드릴게요. 밀리 치유사 트리에서는 '승천' 대신 '결속의 빛'에 포인트를 투자한 것이 특징입니다. PvP에서의 변수는 '언제나 한 끗 차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온유: 저는 양손 무기에 효율적인 트리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양손 무기를 사용할 때는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서 스킬 개수를 최대한 줄인 트리입니다. PvP와 사냥 모두를 고려한 트리임을 고려해줬으면 합니다.
■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아무거나 부탁드려요 ^-^
예지: 한 달여의 시간을 보내면서 게임보다는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아요. 이런 관계 문제로 길드를 떠나신 분들도 계시는데,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홀리 길드원 분들 모두 사...사랑합니다(웃음).
온유: 페르 서버는 재밌습니다! 초반에는 연맹 측에 북미 서버 경험자들이 많아서 우세한 상태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연맹에 유저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제국 유저들이 똘똘 뭉쳐서 비등비등한 싸움이 되고 있죠. 비율이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서 싸움할 맛 납니다(웃음).
그럼에도, 신규 유저들이 니카즈로 쏠리는 경향이 있어서 아쉬울 따름이네요. 여름에 한다는 서버 통합 역시 걱정 반 기대 반인데, 잘 해주셨으면 합니다!
▲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예지', '온유' 유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