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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vs 최동원, 숙명의 라이벌

세기의 맞대결, 4시간 56분의 혈투

최근 한국 야구사에 전설로 남아 있는 故 최동원과 선동열의 실화를 다룬 영화 <퍼펙트게임>이 개봉했다. 장장 4시간 56분의 혈투. 두 선수가 던진 투구 수의 합이 400을 넘는 최고, 최악의 연장전. 팀의 명운을 어깨에 짊어지고 뛴 두 선수의 대결을 생생하게 그린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호평을 받는 중이다.

평소 야구 팬이었던 필자도 이 영화를 관람했다. 사실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대부분 영화는 원작소재를 알고 있으면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퍼펙트게임>은 허구와 진실을 적당히 섞어서 흡입력을 키웠다. 필자는 허구가 눈에 보여서 약간 재미가 덜했지만, 이는 야구에 많은 관심이 있을 때 발견할 수 있는 허구고 웬만한 관객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섞여 있었다.

예를 들면 영화에서 눈물(?)을 담당하고 있는 만수 아버지는 김일환 대신 추가된 인물이다. 김일환은 실제 경기에서 2루타를 쳤지만 만수 아버지는 만년 기구 닦기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을 치는 영웅으로 그려졌다. , 최동원의 스승 아들로 나오는 ‘강현수’ 역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영화가 끝나고 뭔가 아쉬움을 느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 최동원과 선동열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 그 시절 최동원과 선동열은 최고의 라이벌이었다. 영화로만 보고 지나기에는 아쉬운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뜨거웠던 이들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최동원은 연대 출신에 부산을 대표하는 롯데 선수였고 선동열은 고대 출신에 광주를 대표하는 해태 선수였다. 자연스레 두 선수는 각 지역과 대학을 대표하게 됐고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이 둘이 경기에서 붙는 날에는 거리에 차가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열기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상상이 된다.

, 이때는 롯데 팬이 해태 과자를 먹지 않고 해태 팬이 롯데 과자를 먹지 않을 정도로 양 팀의 대립이 심했었다. 양 팀의 팬이 길거리에서 마주쳐 수가 틀리면 바로 주먹다짐으로 이어지기도…

선동열은 최동원의 후발주자로 출발했다. 뛰어난 실력, 끝까지 팀을 책임지겠다는 책임감, 강속구, 무쇠팔 등 선동열이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 최동원은 이미 한국 야구의 상징이 되어 있었다. 아마 이때부터 선동열의 목표가 최동원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었을까 예상해본다.

 

 

                                                           사진출처: 네이버 캐스트

 

뒤늦게 출발한 선동열이지만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와 최동원과 라이벌로 불리기 시작했다.

 

참고: 1984 MVP와 골든글러브를 최동원이 수상했다.  2년 후인 1986년에는 선동열이 MVP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두 선수의 첫 대결은 1986 4 19일 부산에서 이뤄졌다. 이날 최동원은 118, 선동열은 121구를 던졌다. 승리 투수는 선동열. 최동원이 3회초, 해태의 2번 타자 송일섭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것이 승부를 가른 것이다. 이렇게 첫 대결이 끝나고 최동원은 인터뷰에서 내가 던져서 선동열한테 진 건 아니다. 단지 해태 타자에게 1점을 내줬을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사진출처: 네이버 캐스트

 

솔로 홈런 하나로 승부가 갈린 첫 대결이 끝나고 1986 8 19일 부산에서 두 번째 대결이 펼쳐졌다. 이날 결과는 롯데의 2:0 승리였다. 최동원이 150, 선동열이 106구로 호투했지만, 승부는 1회말에서 결정됐다. 1회말 해태의 홍문종이 내야안타를 치고,  연달아 김용철이 우전안타를 쳐 2점을 실점한 것이다. 이 점수 차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고 선동열은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이 경기로 양 선수의 승부는 1 1, 진짜 대결은 1987 5 16일에 열렸다.

  

모두의 기대를 받고 시작된 경기, 선취점은 롯데의 차지였다. 2회말 4번 타자 김용철의 볼넷, 김민호와 정구선의 안타로 무사 만루. 롯데는 이 찬스를 놓치지 않고 2점을 앞서나갔다. 하지만 야구에 실점 후 바로 쫓아가는 팀이 강팀이다라는 말을 증명하듯 3회초에서 해태는 1점을 뽑아내며 바짝 쫓았다.

 

만약, 이 경기가 일반적인 투수의 경기였다면 1점차로 바짝 따라간 해태가 기세를 올려 금세 역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대 투수는 최동원’. 그는 1점차 리드를 9회말까지 내주지 않았다. 해태의 패색이 짙어지는 순간 대타로 투입된 김일환이 2루타를 쳐내며 황금 같은 1점을 추가했다.

 

그리고 이 점수는 이날의 마지막 점수가 됐다. 2:2 동점이 되고 6이닝이 더 진행됐지만, 어느 팀도 점수를 내지 못했다. 경기는 15이닝 끝에 2:2로 마무리. 장장 4시간 56분의 경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이날 선동열은 232구 최동원은 209구를 던졌다. 두 선수가 합쳐서 400구를 넘게 공을 던진 것이다. 한 선수가 100구 정도를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것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한 선수당 2경기를 소화한 셈이다.

 

(위 경기에 재미있는 기록이 있다. ‘12초 해태 무사 1 3번 송일섭의 1루앞 번트가 세이프로 선언되자 롯데 감독 어필. 병 5~6, 깡통 10여 개 관중 1명 경기장에 들어와 난동지금 우리가 보기에는 해프닝이지만 이때 공 하나, 아웃 카운트 하나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출처: 프로야구30주년 사진전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곳이 마운드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던지는 공 하나에 승부가 갈릴 수 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공간에서 200구가 넘는 공을 던진 두 선수는 지금까지도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무쇠팔 vs 고무팔, 연대 vs 고대, 영남 vs 호남. 이렇게 치열한 라이벌이 또 생길 수 있을까? 그래서 이들이 더 전설로 기억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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