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마교주 (정우철 기자) [쪽지]
http://www.thisisgame.com/tinyagit/nboard/149/?n=18183 주소복사

“문화적 현지화로 테라의 재미를 전한다”

블루홀스튜디오 테라 로컬팀 4인방 인터뷰

국산 온라인게임 매출이 해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다. 그러나 해외 서비스를 한다는 게 서버와 클라이언트를 파트너사에 넘겨주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해당 국가의 유저들이 게임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게임하도록 유도하는 현지화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지화는 보통 해당 국가의 퍼블리셔가 100% 담당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내에도 현지화 작업을 도맡아 처리하는 팀이 있다. 현재 북미, 유럽, 일본에 수출이 확정된 블루홀의 <테라>의 로컬라이징 팀이다. 이들은 한글로 작성된 텍스트를 현지 언어로 변역하는 일을 책임진다.

 

게임을 즐기는데 국경이 무너진 것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그리고 많은 국산 온라인게임이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 중, 글로벌 프로듀싱을 위해 블루홀에서 조직한 로컬팀은 국내 업체에서는 보기 힘든 팀. 글로벌 상품화를 책임지는 이들, 4인방을 만났다/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왼쪽부터 이희수 팀장, 김영광(북미), 장선주(독일), 최희연(일본) 매니저.

 


한글화가 아닌 해외 현지화 업무

 

TIG: 일반적으로 현지화 팀이라면 외국어를 한글로 번역한다고 이해하고 있다. 반면 블루홀 현지화 팀은 그 반대 업무를 맡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팀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이희수 팀장(오른쪽 사진): 로컬라이제이션이라는 용어 자체가 상대적 개념이다. 외국 게임을 국내에 들여 왔을 때는 한글화가 된다.

 

하지만 그 반대의 입장에서 이해하면 쉽다. 일단 국내 현지화 팀이라는 표현 보다 해외 현지화 팀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팀에는 영어 2, 그리고 독일어와 일본어 담당자가 각 1명씩 있다. 현재 우리 4명이 각 국가의 현지화를 담당하고 있다.

 

 

TIG:보통 현지화를 위해 해당 국가의 언어는 물론 문화를 완벽히 이해하는 현지인이 맡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현지화 작업을 하는데 문제는 없나?

 

이희수: 좋은 사례로 북미 버전을 들 수 있다. 일단 우리가 1차적으로 초안을 작성해 북미 지사에 넘겨주면 현지에서 이를 토대로 현지화하는 작업을 실시한다. 북미지사인 앤매스에서는 초안을 수정하는 별도의 팀을 운영 중이다.

 

현지 팀에서 우리의 1차 작업물을 다시 수정한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현지 퍼블리셔가 해당 작업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2차 결과물이 나오고 이를 다시 검토/수정 작업을 거친다.

 

테라의 영어버전은 현지에서 D&D 작가 출신의 팀이 재구성을 돕고 있다.

 

 

김영광 대리 (북미파트): 덧붙이자면 영어 버전은 스토리를 굉장히 중요시 한다. 서양 유저는 게임 스토리를 하나의 콘텐츠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토리 이해를 돕기 위해 세부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단순 텍스트 외에도 배경 스토리와 캐릭터의 주변 정보까지 같이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는 어렵다거나 불편한 내용은 아직 없다.

 

현지화 작업에서 늘상 발생하는 문화적 충돌에 대한 지적과 이를 보고하는 게 작업의 대부분이다.

 

 

TIG: 현지인이 아닌 사람이 현지화 감수를 담당한다면 과연 문화적 측면도 제대로 고려했을까라는 우려가 있다. 실제 독일 게임스컴에서 선보인 테라는 단순 번역수준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희수: 올해 게임스컴에서 선보인 독일어 버전은 퍼블리싱 계약과 전시회 참여 결정까지 너무 촉박하게 진행됐다. 그러다 보니 문화적 현지화를 거치지 못한 번역 수준이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독일어는 문법이 복잡해 더 많이 신경쓰고 있다.

 

우리가 감수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블루홀과 현지 퍼블리셔 모두 만족해야 한다. 어느 한 쪽이 불만족스럽다면 클라이언트에 적용되지 않는다. 유럽 퍼블리셔인 프록스터는 짧은 시간 안에 독일어 버전을 선보여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독일어 버전의 경우 문법의 복잡함으로 작업량이 더 많다고 한다.

 

 

단순 번역이 아닌 문화를 이해한 현지화

 

TIG: 각 국가별 현지화 작업에서 주의 사항이 있었다면?

 

최희연 (일본파트): 게임에 식인종의 소굴이라는 지역이 존재한다. 일본에서 이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일본에서는 식인이라는 단어가 문화적 금칙어 였다.

 

이렇게 문화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번역이나 콘텐츠를 수정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조사하고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

 

장선주 (독일담당):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민족이나 종족이라는 단어에 민감하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에서 종족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다. 때문에 독일어 버전에서 종족민족이라는 단어를 무엇으로 대체할 지 조사 중이다.

 

이희수: 북미 버전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텍스트는 아닌 문양이었다. 게임 내 다윗의 별 문양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문양이 유태계에는 반감을 넘어 적대감을 표출하게 하는 콘텐츠라는 지적이 있었다. 때문에 북미 버전에서는 다윗의 별을 다른 문양으로 작업한 적이 있다.

 

 

TIG: 지금까지 말을 들어 보면 단순 번역이 아닌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수정하는데 더 많은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아 보인다.

 

이희수: 맞는 말이다. 실제로 문화적 현지화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사실 텍스트를 번역하는 현지화와 문화를 고려한 문화화를 구분하는 게 더 애매하다고 말할 수 있다.

 

<테라>의 현지화에 단순 번역은 최대한 배제하고 있다. 게이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뉘앙스를 살려 변역하면서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유저들이 문화적으로 쉽게 다가가도록 콘텐츠를 정비하고 있다.

 

 

 

TIG: 외주 작업을 통해 초안을 만들고 이를 검수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나?

 

이희수: 북미에서는 외주를 주고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콘텐츠만 따져보면 약 20만 텍스트에 달한다. <테라>가 완성된 단계에서 보면 약 200만 텍스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혼자서 작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외주 작업에 의한 결과물을 검수하는 것도 주요 업무이다.

 

 

TIG: 검수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장선주: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독일 버전은 몇 번 있었다. 게임스컴 때 일인데 게임을 플레이하면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가 들려온다는 내레이션이 있다. 이 부분이 독일어로 번역된 초안에서는 자연의 소음으로 번역됐다.

 

국내에서는 새소리, 물소리 등의 아름다운 표현이었는데 현지에서는 이를 단순한 자연에서 나는 소리로 이해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정된 부분이지만 이런 표현의 차이가 많다. 우리는 아름답게 표현하고픈 게 현지에서는 딱딱한 표현으로 나오기도 한다.

 

 

최희연: 일본의 경우는 한자 문화권이다 보니 우리와 발음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투신의 언덕이라는 지역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싸움의 신이라는 뜻이지만 일본에서는 이를 몸을 던진다는 뜻(投身)의 명사로 번역했다.

 

우리의 의도는 용맹함을 드러내는 긍정적인 느낌의 지역이었는데 일본에서는 부정적인 느낌의 지역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결국 원래대로 수정한 적이 있다. 국내 버전은 한자를 쓰지만 이를 표기하지 않기 때문에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 동서양의 문화 차이도 현지화 고려대상

 

TIG: 결국 단어 선정 등에서 언어의 다양성 만큼 고민이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이희수: 한국에서 사용되는 용어가 현지에서 다른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런 차이를 찾아내고 조율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단적인 예가 여명의 정원이라는 지역이다. 국내 버전에서는 정원의 분위기를 가진 지역으로 이름을 정했다.

 

그러나 북미와 유럽에서는 섬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결국 여명의 섬이라는 이름으로 대체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한국과 동일하게 여명의 정원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일본어의 경우 한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음과 뜻의 표현에 주의해야 한다.

 

 

TIG: 이는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크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희수: 맞는 말이다. 북미와 유럽 버전에서도 이런 부분을 계속 찾다 보니 심지어 NPC의 이름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폴(Paul)이나 밥(Bob)과 같은 NPC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철수와 영희 정도의 느낌이다. 결국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웃음)

 

김영광: 몬스터의 이름도 교체하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초반 지역에 후카라는 몬스터가 있다. 우리가 만들어낸 이름이다 보니 직역을 해서 보낸 적이 있다.

 

하지만 북미에서 후카가 매춘부라는 뜻의 은어로 사용돼 수정한 적이 있다. 이렇듯 현지 문화에 거스르지 않는 작명도 필요하다.

 

 

 

TIG: 작명 외에 스토리도 현지화에 맞춰 수정되는지 궁금하다.

 

이희수: <테라>는 글로벌 상품으로 제작중이다. 여러 언어권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특화된 콘텐츠들을 직접 적용하는 것을 피하는 대신, 이를 재생산하는 차원에서 이용하고 있다.

 

반대로 해외에서 이런 스토리가 재미있다는 식의 제안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현지에서는 인기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김영광: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랑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사랑이라는 콘텐츠가 국경을 초월할 듯 하지만 나름 테마가 존재한다. 결국 서양권의 사랑이야기는 동양권 문화에서는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이런 차이점을 먼저 인지하고 작업해야 한다.

 

 

TIG: 현지화 작업 중 어떤 언어가 가장 힘들다고 보나?

 

장선주: 다들 힘들겠지만 독일어의 경우 문법상 단어에 성별이 구분되고 단수와 복수의 문제 등 복잡한 편이다. 캐릭터의 성별에 따라 NPC가 사용하는 단어가 달라야 하고 NPC의 성별에 따라서 캐릭터에게 말하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아이템의 명칭에도 성별 구분이 들어가므로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대사를 현지화 하는데 최소 4가지의 버전이 나오는 셈이다.

 

예를 들어서 남자 NPC가 여성 캐릭터에게 건네는 말도 주의해야 한다.(남자가 누나를 언니라 부르는 식)반면 독일어의 경우 딱딱한 언어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한국어만큼 다양한 표현이 많아 어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

 

 

■ 1인 1언어 담당으로 최적 효율

 

TIG: 현지화 팀이 1 1언어 체제로 구성되다 보니 특정인에게 부담이 가는 경우도 있을 법 하다.

  

이희수: 영어의 경우 팀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2명이 담당하고 있지만 1명이 담당하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 <테라> 프로젝트의 경우 초기부터 프로세스를 만들면서 체계적으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텍스트 번역만 따진다면 2명이 아니라 소규모 팀으로 운영해도 모자란다.

 

그러나 현재 주어진 프로세스에서는 1 1언어 체제가 최적의 조건으로 본다. 이런 프로세스가 없는 다른 게임의 프로젝트였다면 부족했을 지도 모른다. 또한 2~3명 이상이 검수 작업을 할 경우 용어와 형식, 스타일의 일관성이 달라서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TIG: 작업량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양한 언어의 현지화를 하는데 4명이라는 인원은 부족해 보인다.

 

이희수: 우리가 작업하는 것은 시스템 메시지와 개발사가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대화나 퀘스트 등의 기본적인 작업은 현지에서 처리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안을 갖고 현지 퍼블리셔와 논의해서 알맞은 용어를 찾아가고 있다.

 

 

TIG: 마지막으로 각자 담당하고 있는 언어 버전이 현지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은지 목표를 말한다면?

 

김영광: 북미 버전의 경우 한국 게임이지만 미국에서 만들어진 게임처럼 이질감 없는 현지화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장선주: 아마 모두가 같은 생각일 것이다. 물론 텍스트의 현지화 만으로는 현지에서 개발된 게임이라 느끼기 힘들다. 캐릭터의 모습이나 분위기 등이 동양 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은 <테라>의 현지화가 동양의 <WoW>라는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편집자 주: 블루홀 현지화 팀은 각 국가에 서비스 중인 게임을 벤치마킹한 결과, <WoW>는 독일 등에서도 완벽한 현지화를 한 게임으로 평가받았다.)

 

최희연: 나 역시 다를 바 없다. 다만 우리가 작업한 텍스트를 읽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사실 게임의 시스템에 관여하는 부분이 제일 적은 것이 언어다. 국내 유저들은 글을 읽지 않는 편인데 현지에서는 이를 읽는 것만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완벽한 현지화를 통해 게임의 재미를 더 방대하고 넓혔으면 좋겠다.

 

베스트 댓글
에러 BEST 11.12.19 10:39 삭제 공감5 신고
누구누구님께 삭제된 글입니다 블라인드된 게시물입니다 [내용 보기] 댓글을 로딩중이거나 로딩에 실패하였습니다.
댓글달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신목록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