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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의 교무실
어느 날 저녁. 하루의 수업을 모두 끝내고 각자가 방과 후 시간을 즐기던 동안, 학원에서 많은 인기를 자랑하는 교사 발레리아는 사이좋은 자매와 잡담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번 주의 체력 테스트는 잘 넘겼나?"
"물론이죠. 교관님에게 면목 없는 결과를 보여드릴 생각은 없으니까요."
언니 니스는 환하게 웃어보였고, 밀라도 소매로 입을 가리며 큭큭 웃었다.
"저희 언니가, 엄청 열심히 했거든요."
"밀라 너도 열심히 했잖아. 그런데 멀리서 너희 반의 모습을 지켜봤었는데, 그 보라색 머리 남자애는 괜찮은 건가? 100m 달리기하다가 얼굴을 박으면서 넘어지던데."
체육관으로 이동하는 동안, 운동장에서 동생의 모습을 발견한 니스는, 육상 테스트에서 화려하게 굴러 넘어지던 남학생을 봤었다.
함께 달리던 친구로 보이는 청년과 밀라가 당황하며 뛰쳐나가더니 도와주던 장면을 떠올렸다.
"리에트라면, 그 후 보건실로 데려갔어요. 뷔고랑 같이 달린다고 라이벌 의식을 너무 했다니까요..."
그 때를 떠올렸는지, 밀라는 질렸다는 듯 어깨를 으쓱한다.
그녀들의 얘기를 듣고, 발레리아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손에 든 머그컵을 들어 보이며 선언했다.
"그렇다면 내가 그 녀석을 특훈시켜주지. 리에트도 할 때는 하는 아이니까 말이지. 이번에 조금 안 좋았다고 해도, 분명 좋은 결과를 보여줄 날이 올 거다! 좋았어, 바로 내일, 그 녀석을 끌고 와야겠군!"
"교관님은 여전히 학생들을 위해 힘써주시네요! 그 리에트라는 남학생도 분명 기뻐할 겁니다. 밀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야 기뻐하겠지만, 리에트만 교관님과 맨투맨으로 특훈이라니 치사해. 저도 교관님을 도울 게요!"
"그래주면 고맙지. 상냥한 학생을 두니, 이렇게 행복하구나."
즐거운 듯 큭큭 웃으며, 세 명의 잡담은 하교 시각이 될 때까지 계속됐다.
'리에트 형 내일은 끝장나겠구나...'
'히, 힘내세요, 리에트씨...!'
'참 재밌는 얘기를 들어버렸구만, 내일 실컷 골려주러 가보자고.'
'그만둬 스오우, 애도 아니고...'
'난 지금 완-전 어린애거든.'
교사와 학생이 시답잖은 잡담을 하다가 남학생에게 지옥의 특훈이 결정된 사실을 눈치 챈 건, 책상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던 세 개의 자그마한 머리였다.
지난 날의 도서실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가끔씩 조금 시끄러운 학원의 도서실.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몇 배는 시끄럽게 북적거리는 공간으로 변해있었다.
"잠깐, 디스텔. 그건 제가 몇 달 전부터 신청해서 간신히 손에 넣은 신간인데요!?"
"알게 뭐야. 이 학원의 도서실은 예약제가 아니다. 따라서 먼저 집은 사람이 대출할 권리를 얻게 되지. 그것보다 네놈, 가지고 있는 책을 이쪽에 넘겨라. 그건 네놈이 읽어봤자 절대로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책이다."
"저도 이 정도는 읽을 수 있습니다!"
"거짓말도 정도껏 해라. 애초에 이해하냐마냐의 문제가 아니라, 네놈은 다 읽기도 전에 체력이 바닥날 거 아니냐. 얌전히 이번 달 신간을 나한테 양보해라."
"그 정도로 체력이 없진 않거든요!? 저번 달은 당해버렸지만, 이번 달 신간은 절대로 포기 못합니다!"
꺅꺅거리며 시끄럽게 싸워대면서, 책장에서 신간이라는 표시가 되어있는 책을 뽑아가는 리쿠우와 디스텔.
그런 두 사람을, 레벤과 플라리네가 조금 떨어진 독서대에서 책을 읽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와-, 릿군도 디스군도 대단하네-. 저렇게 많은 책, 나라면 절대로 못 읽어-. 있지, 레군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러네. 그렇다기보다, 저 두 사람도 애초에 저렇게나 많이 책을 빌릴 생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리쿠우나 디스텔이 손에 든 책더미 중에는, 어려운 학술서 말고도 누가 봐도 애들이 읽는 동화책도 섞여 있었다. 이제는 아예 내용에 상관없이 신간처럼 보이는 모든 책을 뽑을 생각인 것 같다.
정반대인것처럼 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닮은 두 사람은, 옛날부터 뭘 하든지 "이 녀석한테 만큼은 지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을 가진 것 같았다.
"저 둘은 이렇게 싸워가면서, 서로 절차탁마하는 사이인거겠지."
"음-. 잘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두 사람은 사이좋다는 얘기인 거지?"
"음, 그런거야."
지금도 더 많은 양의 책을 떠안으면서 떠들어대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레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가자 버브링, 격투편"의 매력을 알거라고는 생각이 안 드는데요!"
"네놈이야말로 "힘내라 파이링"을 그린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나 있을까."
'...그나저나 이제 슬슬 말리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네.'
레벤의 예상대로, 두 사람은 소란스런 소리를 듣고 찾아온 도서실 관리자에게 잔뜩 혼나고, 잠시동안 도서실 이용 금지령이 떨어지게 되었다.
이것은 리쿠우 일행이 아직 학생이었을 때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