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키 (이승운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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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만 가는 의복과 좁아져만 가는 옷장, 언제까지 이대로 버텨야 하나?

<블레이드 & 소울>은 긴박감 넘치는 전투와 미려한 캐릭터 그래픽 등으로 현재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이다.

 

유저들이 <블레이드 & 소울>에 빠져드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던전 공략에서 재미를 느끼고, 누군가는 PvP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최고급 장비를 맞춰 주변에 뽐내고싶어하는 유저도 많고, 다양한 디자인의 의복을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유저도 많다.

 

그 중 의복은 기능만으로 놓고 본다면 단순히 꾸미기 아이템이지만, 그 가치는 다른 MMORPG의 꾸미기 아이템과 조금 다르다.

 

기본은 무협 풍으로, 때로는 현대적으로, 때로는 관능적으로 디자인된 블소의 의복은 획득 난이도나 가격 등 저마다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한 캐릭터로 능력치/레벨에 상관 없이 언제든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을 수 있다는 점과 맞물려 많은 이들이 수집욕을 불태우는 콘텐츠 중의 하나다. 매 번 패키지 상품이 나올 때마다 구매 여부를 좌우하는 것이 구성품 의복의 디자인이라는 우스개소리도 있을 정도다.

 

때문에, '의복 수집'은 블소를 플레이하는 데 있어 무시할 수 없는 동기부여로 손꼽히기도 한다.

 

 

▲ <블레이드 & 소울>에서 의복은 희소 가치를 지닌 특별한 수집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명불허전 서버 금색의어둠 유저)

 

 

 

■ 얻기도 힘든 거래 불가 의복들은 늘어만 가는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블소의 의복이지만, 이 '의복 수집'이라는 콘텐츠는 현재 고질적인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블소의 의복은 기본적으로 거래 불가 아이템이다. 일부 거래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 번이라도 착용한 뒤에는 어김없이 거래 불가 상태가 된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일부 의복은 손에 넣는 것이 매우 어렵다. 어려운 난이도의 던전 보상이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기간 한정으로 공개된 이벤트 의복이나 유료 의복 등은 다시 구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얻기가 어려운 만큼 쉽게 버리지도 못하는 거래 불가 아이템이 창고와 인벤토리에 쌓여만 가는 구조다.

 

 

▲ 분명 수집 대상이긴 한데, 냉정히 말해 '소지품 1칸을 차지하는 거래 불가 아이템'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서비스 초기부터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당시에는 공개된 의복의 수가 많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수집할 수 있는 의복의 수가 수납 가능한 공간의 수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이는 반년도 지나지 않아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고, 이에 개발사에선 지난 2012년 10월 신룡공상 창고에 80칸의 '옷장' 탭을 새로 만들어 유저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았다. 해당 업데이트 이후로도 의복에 관련된 프로모션은 계속해서 진행돼 왔고, 지난해에는 백청산맥 업데이트가 실시되며 수집할 수 있는 의복의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옷장 업데이트로부터 1년이 되지 않아 유저들 사이에선 다시 옷장 추가에 대한 목소리가 커져가기 시작했다.

 

 

▲ 옷장은 추가됐지만, 그동안 의복 관련 프로모션이 이어지며 다시 포화 상태가 되었다.

 

 

 

■ 경기장을 가득 채운 "김택진 대표님, 옷장 추가해 주세요!"


 

지난 6월, <블레이드 & 소울>의 비무대회가 처음으로 온게임넷을 통해 TV로 중계됐다. 대회에는 6천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아들며 게임 대회 관람객 동원의 신기록을 세웠고, 프로게이머이자 방송인인 임요환과 홍진호의 게스트 출연, 전용준 캐스터의 진행 등으로 대회 자체도 호평으로 마무리됐다.

 

결승전이 진행된 날에는 NC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도 경기장을 찾았고, 대회를 진행하던 전용준 캐스터는 기회를 놓칠세라 "NC소프트 대표님께 하고싶은 말을 외쳐달라"고 목소리를 올렸다. 간단히 말해 GM이나 여타 부서 등을 모두 제치고 가장 위에 있는 사람에게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현장에서 터져나온 유저들의 외침은 '신규 직업 추가'도, '신규 던전 추가'도, '다음 스토리의 공개'도 아니었다. 하다못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상향조차 아니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목소리는 바로 '옷장'을 외치고 있었다. MMORPG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신규 콘텐츠보다 시급하다고 느낀, 많은 유저들의 현실적인 불편 사항에 대한 목소리였다.

 

 

▲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이 외친 건 다름아닌 '옷장'이었다.

 

 

다음날 진행된 시상식에 나선 배재현 부사장조차 "옷장은 꼭 넣어야겠다"고 언급했을 정도니 당시 유저들의 외침이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지녔는지 느낄 수 있다. 방송을 지켜보던 많은 유저들은 '외침이 닿았구나'라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로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 부분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 2개월 사이에 기간 한정으로 수영복 이벤트와 백령/흑령 이벤트가 진행돼 의복만 점점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칸은 없는데 수영복이나 시스루 드레스를 얻을 기회가 이번 뿐이라니 유저들은 한숨만 나온다. 그렇다고 이걸 포기할 수도 없고.

 

 

▲ 예쁜 옷이 나오는 이벤트는 언제든 대환영이다. 단지 그걸 받을 공간이 없을 뿐...

 

 

 

■ 옷장의 추가, 그렇게 어려운 문제였을까


 

옷장 부족과 관련해, 그동안 공식 홈페이지나 커뮤니티에는 많은 유저들의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단순히 옷장의 칸 수를 늘려달라는 의견에서 칸 수에 제한이 없는 옷걸이 스타일의 드레스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개중에는 업적 인터페이스처럼 전체 의복의 리스트를 만들고 획득한/소유한 옷은 해당 리스트에서 활성화되어 언제든지 갈아입을 수 있게 해달라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어느 것 하나 버릴만한 의견은 없다. 단지 제안에 따라 기존 옷장을 최대까지 확장한 유저들의 형평성 문제나 개발사 쪽의 개발 일정 문제 등의 세세한 차이가 있을 뿐, 근본적인 요구는 "현재의 소지품 칸부족 현상을 해소해달라"는 내용이다.

 

게다가 유저들은 이렇게도 말한다. "단순히 옷장 탭만 하나 늘려줘도 되는데, 그걸 이렇게 오래 연기하는 이유가 있냐"고.

 

분명 옷장 하나를 늘리는 작업에도 개발사 입장에선 이에 연계되는 콘텐츠의 기획, 사업적인 구상, 개발 리소스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간단한' 작업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옷장 부족 문제가 다시 불거진지 1년 가까이 지나도록 개선이 되지 않는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 옷장에 대한 니즈는 언제나 절실하다. 칸이 부족하면 던전도 퀘스트도 힘들어지니까.

 

 

 

■ 의복 수집이 주요 콘텐츠 중 하나인데 의복 수집이 불가능한 상황


 

의복 수집을 즐기는 유저들은 답답하다. 당장 27일이면 '송편을 호로록~ 호로록~' 이벤트가 시작되며, 티저 페이지에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예쁜 디자인의 신상 한복이 공개됐다. 게다가 다른 이벤트에 밀려 한동안 진행되지 않던 제작단체 이벤트 역시 아직 3개 단체가 남아있기 때문에 여전히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제작단체 이벤트는 단체 하나당 의복 2개 + 얼굴or머리장식이 세트이기 때문에 칸부족 현상은 점점 절실해져간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할로윈, 연말에는 크리스마스도 기다리고 있다.

 

 

▲ 추석 이벤트로 공개된 신규 한복. 신규 의상 + 머리장식으로 다시 2칸이 예약됐다.

 

 

이미 칸부족 현상 때문에 기존 의복들을 처분하거나 PvP 의복을 유실물함으로 넣는 유저들은 주변에서 손쉽게 볼 수 있다. 일부는 이벤트 의복이나 N샵 한정 상품을 사고도 칸부족 때문에 수령하지 못하고 상품함에 그대로 모셔두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언젠가 옷장이 추가되면 그때 수령하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새로 얻은 의복을 입어보지도 못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 유실물/상품함에 의복을 모셔두고 꺼내지도 못하는 유저가 어디 한둘이랴.

 

 

현재 <블레이드 & 소울>에서 수집할 수 있는 의복은 얼굴장식과 머리장식 등을 합쳐 261개에 달한다.(상점의 종족전용 의복이나 일부 성별 전용 의복은 묶어서 카운트했다.) 반면 소지품과 창고, 옷장은 신룡공상 확장권으로 최대까지 뚫어도 208칸이다.

 

여기에 물약과 수리도구, 열쇠, 부적 등의 소모품과 탁기구슬, 나류석판 등의 거래불가 재료, 꾸러미 개봉을 위한 여유 공간을 계산하면 점점 칸이 부족해진다. 즉, 모든 게임 아이템을 포기하고 의복만으로 채워도 현재까지 공개된 의복을 모두 보유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꾸미기 아이템의 비중이 높지 않거나 거래가 되는 게임에서야 크게 문제될 게 없을 수도 있지만, <블레이드 & 소울>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의복 수집이 주요 콘텐츠 중 하나인데다 거래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뒷받쳐줄 시스템적인 지원이 필수적인 것이다.

 

많은 유저들이 불편을 느끼고, 그동안 방치되어온 옷장 문제. 1차적인 소통이 완료됐다면 이제는 실제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닐까. 

 

 

▲ 유저들은 마음놓고 의복 수집 콘텐츠(이벤트던 N샵 상품이던)를 즐길 수 있기를 원한다.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신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일단 받을 칸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이미지 출처 : 절세미인 서버 사슴이는 사슴사슴해 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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