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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의 티타임 #5 - 제2차 원정대 대전

다섯번째 잔 - 원정대 전쟁에서 대륙간 전쟁까지

[티타의 티타임은?] <아키에이지>가 자랑하는 무수한 특징 가운데 ‘자유도’란 것을 차근차근 마셔보는 칼럼입니다. 잠깐 쉬는 이 시간에 뜨거운 커피 한잔 마시며, 커피를 안 좋아하시는 분들은 콜라 한잔! 그것도 별로이신 분들은 가볍게 물이라도 꿀꺽 마시는 여유를 가지고 시작해 볼까요?

 

어제는 원대륙에서 대규모 전투가 있었습니다. 유저간의 사소한 분쟁이 원정대 간 전쟁으로 번진 것이었는데요. 제가 몸담은 르네상스 원정대와 누이아 대륙의 코산낙지 원정대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전쟁의 중심에서 발로 뛰며 지켜본 생생한 현장을 공개합니다. /글 : 디스이즈게임 필진 티타, 편집 : 실리에, 세이야


※ 전쟁의 발단이 되는 유저 간 대립에 대한 부분은 당사자와 관계자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라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않습니다.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는 기사가 아님을 양지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공식 홈페이지의 열린 게시판이 두 원정대 간의 전쟁 이야기로 뜨겁다.

 

12월 26일. 성탄절이 끝난 월요일. 심심하던 <아키에이지>에 한바탕 피폭풍이 불었습니다. 더는 할 만한 것도 없고 그저 닥사만이 존재했던 원대륙 또한 활발한 전투의 장이 되었었죠. 이번 티타임에는 이 원대륙 전쟁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 하리하라 연합의 '르네상스' 원정대.

 

첫 발단은 르네상스 원정대의 ‘전효성’ 유저와 코산낙지 원정대의 ‘칠성’ 유저간의 사소한 분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당사자도 아니고 누가 잘했느냐, 잘못 했느냐에 대한 것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르네상스 원정대 ‘cypher' 유저와 코산낙지 원정대 ’역류‘ 유저의 대화로 미루어 추측해 볼 때 양쪽 다 어느 정도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두 사람 사이에서 결국 불화가 발생했죠.

 

▲ 누이아 연합의 '코산낙지' 원정대.

 

조금 안타까운 일이긴 해요.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던 자료를 살펴보면 오히려 원정대에서는 마찰을 크게 바라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르네상스 원정대 측에서도 전효성 유저에게 먼저 사과하라고 했었고, 코산낙지 원정대 측에서도 감정이 약간 격해진 칠성 유저에게 화해하라고 설득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가 어느 정도 해결되는 듯 싶었죠.

 

문제는 이 다음에 발생합니다. 전효성 유저가 사과를 했다지만, 한 번 상한 감정의 골이라는 게 쉽게 풀리는 것이 아니었거든요. 결국, 칠성 유저는 원정대를 탈퇴하는 초강수를 두며 개인적으로 르네상스에 원한을 갚기 시작합니다.

 

이쯤에 저도 많이 죽어서 기억이 또렷하네요. 마음은 이해하지만 좀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충분히 두 사람 선에서 이야기가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였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흉흉한 상황에서도 큰 전쟁이 터질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 아프리카 유명 게임 BJ인 '코산낙지' 원정대장 러너 유저.

 

사건의 흐름은 러너 유저가 등장하면서 급물살을 탑니다. 어찌 됐던 원정대원이었던 유저고, 해결할 수 있다면 해결해 보는 것이 원정대장의 의무니까요.

 

이때 전효성 유저는 ‘왜 신경 쓰느냐?’는 식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효성 유저 입장에서는 이미 원정대를 탈퇴했는데 '왜 신경 쓰냐?'는 것이었고, 코산낙지 원정대 쪽에선 ‘네가 뭔데 나서냐’라고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부분이었죠.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두 원정대는 전쟁을 선포하게 됩니다. 서로 쌍방 과실이 있다고는 하지만, 싸우는 데 그런 자질구레한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26일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릴 만한 큰 전쟁의 시작입니다.

 

전쟁이 시작되자 양 원정대는 급히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합니다. 서대륙과 동대륙에서 꽤 세력이 큰 두 원정대였기에 제대로 맞붙으면 엄한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쉬운 상황이었죠. 무분별한 막피가 아니라 서로 명분을 가지고 있는 전쟁이었기 때문에 전쟁터를 고르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 황량한 십자벌 평원. 적막만이 감돌던 마른 대지가 피로 적셔지게 된다.

 

두 원정대가 처음 싸움이 붙은 장소는 서대륙의 십자별 평원. 시차일드 부두였습니다. 전열을 가다듬는 게 약간 더 빨랐던 르네상스 원정대가 초반에 우위를 점했습니다. 초반엔 정신없이 뒤섞여 돌아가던 전장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누가 유리한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코산낙지 원정대가 좀 밀린다고 생각되던 순간, 서대륙에서 포탈이 열리며 지원군이 등장합니다.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이거읽는순간넌죽는다(이하 가나다라)' 원정대였습니다.

 

코산낙지 원정대와 연합인 가나다라 원정대는 도착하자마자 전황을 확 바꾸어 놓습니다. 르네상스 원정대가 유리한 상황이었긴 했지만, 압도적으로 우세를 점하던 것이 아니었기에 이 가담은 매우 큰 것이었죠.

 

▲ 서대륙 지원군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이거읽는순간넌죽는다' 원정대.

 

누이아 대륙의 전체 인원은 하리하라 대륙보다 좀 적습니다. 고렙 유저의 수도 적고요. 하지만 그런 수치적인 강함이 아닌 누이아 대륙의 가장 큰 강함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단결력! 단일 원정대였던 르네상스 원정대와 비교하면 코산낙지 원정대는 이미 다른 원정대까지 규합해 탄탄한 연합체가 되어갔습니다. 그만큼 누이아 연합의 결속이 단단하다는 방증일 것 같습니다.

 

가나다라 원정대를 필두로 해서 누이아 대륙의 중소 원정대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본격적으로 5프레임 전쟁이 시작된 것이죠. 혹자는 내가 남이랑 싸우는지 내 컴퓨터랑 싸우는지 모르겠다고 할 만큼 각종 렉과 튕김이 난무합니다.

 

▲ 누이 여신상 근처에서는 전투할 수 없다.

 

3차 때 필드쟁을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시의 필드쟁에선 부활지를 먹는다는 개념과 넓게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심리적 전투가 활발했습니다. 하지만 4차에선 누이 여신상 근처에서 전투가 되지 않도록 패치 하는 바람에 그런 형태의 필드쟁은 이뤄질 수가 없었죠.

 

죽으면 다시 나와서 전투에 참여하고, 또 죽으면 전투에 참여하는 좀비전쟁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좀비전쟁이 재미없는 건 아니었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었었죠. 부활지를 먹는다는 개념이 아직도 있었더라면 더욱 손쉽게 승패를 가릴 수 있는 것이니까요.

 

시차일드 부두 근처엔 누이여신상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사실 그 부근은 싸움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니었죠. 전술이나 전략은 커냥 막무가내 좀비전쟁만이 가능했으니까요. 결국 두 세력은 전투를 원대륙에서 계속하기로 합니다.

 


원대륙에 도착한 르네상스 원정대는 살피마리에서, 코산낙지 길드는 누이마리에서 전력을 가다듬습니다.

 

이미 한 번의 교전을 통해 정면대결은 불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르네상스 원정대에서는 보다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죠. 반대로 우세를 점하고 있던 코산낙지 원정대 쪽에서는 한 번의 전투로 몰살시켜 확실하게 승리를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 어둠을 뚫고 진격하는 '코산낙지' 원정대. 

 

두 원정대의 간의 두 번째 전투는 살피마리와 누이마리 사이를 이어주는 골목에서 이뤄집니다. 하지만 코산낙지 원정대의 기세를 막을 수는 없었죠. 결국, 살피마리 최측방까지 후퇴하게 됩니다.

 

어느새 거대한 연합군이 되어버린 코산낙지 원정대. 이때까지 단일 집단이었던 르네상스는 가까스로 버티는 전투가 되었습니다. 그때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쇼크웨이브 원정대가 등장합니다.

 

아!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쇼크웨이브 원정대는 르네상스 원정대와 연합이 아닙니다. 사실 도와주고 싶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딱히 널 위해서 도와준 건 아냐. 오해하지 마’였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같은 동대륙인데 밀리는 게 보기 싫었을 수도 있고요.

 

▲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쇼크웨이브' 원정대.

 

쇼크웨이브 원정대의 참전으로 이제 본격적인 대륙전쟁의 느낌이 나기 시작합니다. 서대륙 원정대 연합 vs 동대륙 원정대 연합. 이미 사건의 발단은 둘째 치고 서로의 눈앞에 있는 적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 한쪽은 밀고, 한쪽은 버티는 치열한 전투가 계속됐다.

 

양 세력은 치열한 싸움을 시작합니다. 살피마리 끝자락에서 벌어진 전투, 서대륙 연합은 러너 유저의 지휘에 따라 일부 부대가 르네상스 원정대가 모여있는 곳 뒤쪽으로 돌아갑니다. 전면전이 벌어지면서 후미가 무너지기 시작한 동대륙 연합은 부활지로 가는 캐릭터 수가 늘면서 점점 부활지를 둘러싸며 압박하는 서대륙 연합에게 갇히게 됩니다.

 

사실 이건 두고두고 아쉬웠어요. 부활지 점령 개념이 아직도 있었더라면 같은 부활지에서 서로 다른 적이 부활하고, 또 뒤섞여 버리는 개판이 되지 않았을 텐데… 하구요. 만약 부활지가 하나 더 있었더라면 가능했을까요? 누이 여신상 근처에서 싸움을 못 하게 막아버리는 까닭에 그것도 불가능했을 테지만요.

 

▲ 부활지를 둘러싸고 지키려는 자와 빠져나오려는 자의 싸움이 벌어진다.

 

부활지를 사이에 두고 대치한 양측. 하지만 평화 지역에서 싸움이 벌어질 수는 없었기 때문에 고착 상태에 접어듭니다. 서대륙 연합은 조금씩 전선을 뒤로 물리고 무덤에서 빠져나온 동대륙 연합도 전열을 가다듬습니다.

 

다시 전면전이 벌어졌을 때는 부활지에서의 지루한 고착 상태를 피하기 위해 무덤을 압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활한 캐릭터가 전장으로 돌아왔을 때 바로 전투에 투입됐기 때문에 오히려 크고 작은 국지전 양상으로 변했지요. 이런 상태로 밤이 지나고,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전쟁이 계속됩니다.

 

▲ 밤은 전쟁의 열기로 하얗게 불타오르고.. 

 

결국, 종료시각이 다 되어가자 양 세력의 지원세력부터 먼저 빠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더는 대륙전쟁이 아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었죠. 코산낙지와 르네상스 원정대 둘의 싸움으로. 긴 대륙전쟁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부분입니다.

 

타 세력들이 다 빠지고 나서도 이 두 길드는 싸움을 계속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싸우고만 있을 수는 없었죠. 다음날 휴일이니만큼 남은 노동력도 써야 하고, 지친 몸과 정신을 회복시켜야 하기도 했고요.

 

▲ 여러분~ 해떴어요 ㅠㅠ

 

결국, 부활지에서 코산낙지 원정대가 포탈로 빠져나감과 동시에 원대륙 대륙전쟁은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됩니다. 전쟁이 끝난 원대륙 땅바닥을 보니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완전히 초토화되어 있더군요. 구멍이 파여 있질 않나, 표식과 까마귀가 아직도 남아 있질 않나… 오브젝트가 망가질 정도로 격렬한 전쟁이었죠.

 


세력 간 다툼이 활성화되어 있는 <아키에이지>에선 이런 전쟁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싸움박질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은 아니라 기꺼이 참여해서 같이 놀았고요. 아오! 콘텐츠가 부족해서 짜증 나는 울분이 고스란히 분출된 거 같네요.

 

사소한 개인의 다툼에서부터든, 원정대 간의 소소한 분쟁에서 부터든, 전쟁 게임에 전쟁은 빠질 수 없는 콘텐츠임엔 분명합니다.

 

▲ <아키에이지>에서 전쟁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요소다.

 

다만, 몇 가지 안타까운 모습들이 좀 있었습니다. 가령 전쟁에서 막무가내로 욕설하고 비난을 한다든가 상대를 조롱하는 행동 등이 그것이었죠. 충분히 깨끗하고 매너 있게 전쟁을 즐길 수 있는 부분인데 너무 감정이 실려 버린다면 결국 아무도 명분을 찾지 못하게 될 뿐이니까요.

 

누이 여신상 근처 평화지대 설정은 좋은 측면도 있지만, 확실히 이런 전쟁에선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냥 부활해서 나오면 도저히 끝이 안나요. 우리 여기까지 할까? 끝?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요. 차라리 3차처럼 확실하게 거점을 점령하는 식이었더라면 좀 더 재미있는 필드쟁이 되었을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코산낙지 원정대와 크게 불편하게 지낸 적이 없어서 그냥 순수 전쟁 그 자체만을 즐긴 편입니다. 누군가 그랬죠. <아키에이지>의 참맛은 필드쟁에 있는 거라고. 이유아 어찌 됐든, 역시 싸울 땐 싸운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끓어 오르더라고요. 저도 어쩔 수 없는 게이머 체질인가 봅니다.

 


80일은 길고, 아직 절반도 채 오지 않았습니다. 대륙전쟁은 언제, 어디서든 터질 수 있을 거고요. 그럼 또 대륙을 누비며 신나게 한 판 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 전쟁에 참여한 르네상스 원정대, 코산낙지 원정대, 그리고 다른 모든 원정대분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며 오늘의 티타임을 마칠까 합니다. 모두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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